
책은 인간의 지혜와 기억을 가장 오래 보존해 온 매체입니다. 특히 종이로 만들어진 전통 서적은 단지 지식을 담은 그릇을 넘어 당대의 문화와 사상 기술 감성을 기록한 살아 있는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이라는 재료의 속성상 세월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훼손되고 소멸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습기와 빛, 곰팡이, 벌레에 노출된 고서들은 하나둘씩 그 원형을 잃어 가고 있으며 그렇게 사라지는 책은 단지 한 권의 문서가 아니라 한 시대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소중한 자료를 되살리는 사람들이 바로 전통 서적 복원 장인입니다. 이들은 낡고 훼손된 책을 마치 의사처럼 진단하고 해체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거쳐 다시 조립하여 가능한 한 원형에 가깝도록 회복시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