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은 히말라야 산맥 남쪽에 자리한 불교 왕국으로 고립된 지형과 독립적인 문화 체계를 통해 수백 년간 독자적인 전통을 이어온 나라입니다. 이곳에서 활은 단지 사냥이나 무기의 수단이 아니라 신화와 종교, 전통 예술과 민속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린 존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부탄의 전통 활 제작 장인은 이러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했습니다.
부탄 왕국 초창기에는 국토가 험준하고 외세의 침입이 잦았기 때문에 활과 화살은 군사 방어 수단이자 자급자족을 위한 생존 도구였습니다. 당시에는 각 마을마다 활을 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했고 전통 활 제작자는 지역 내에서 존경받는 장인이자 전략가로 인정받았습니다.
부탄은 17세기부터 티베트 불교가 국가 정체성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전통 활을 사용하는 기술도 단순한 사냥과 군사 목적을 넘어서 의례적, 상징적 의미로 인식되었습니다.
특히 활쏘기는 남성의 성인식과 축제의 중심에서 신성한 대결로 여겨졌으며 이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전통 활 제작이라는 전통 직업은 단순한 기술직이 아니라 공동체의 무형 자산을 뒷 받침하는 핵심 문화 직업으로 존속해 왔습니다.
전통 직업 부탄 전통 활 제작의 기술적 특징과 제작 과정
부탄의 전통 활은 일반적인 아시아식 궁(弓)과는 다릅니다.
이 활은 종(Bamboo Bow)이라 불리며 탄력 있는 고산 대나무, 버드나무껍질, 동물성 힘줄, 천연 접착제 등을 사용해 제작됩니다.
이 모든 재료는 현지에서 수급해야 하며 계절에 따라 수급 여부가 크게 달라지는 까다로운 조건을 가집니다.
제작자는 먼저 숲 속에서 가장 적합한 대나무를 선별합니다. 이는 단순히 크기나 형태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대나무결의 방향, 습기 상태, 내부 밀도 등 수많은 요소를 손끝과 시각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선별된 대나무는 일정 기간 자연 건조 후 휘어짐을 방지하기 위한 가열 작업을 거치고 이때 나무에 가해지는 열의 강도와 습도 조절은 제작자의 경험에 따라 결정됩니다.
다음은 활 중심부와 양 끝을 잇는 연결부위 제작으로 이 부분은 활의 탄성과 직진성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입니다. 동물 힘줄이나 마 섬유를 손으로 꼬아 활끈을 만들고 각 부위를 천연수지로 접착하여 고정시킵니다. 활끈은 단단하면서도 유연해야 하므로 몇 차례에 걸쳐 장인의 손으로 당기고 감아 조정하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15일에서 한 달 이상이며 한 자루의 활이 완성되기 위해선 기후, 재료, 감각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고된 반복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활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자 부탄인들에게는 손으로 만든 전통의 상징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부탄의 전통 활 제작자의 사회적 위치와 현재의 처우
부탄은 국가 스포츠로 활쏘기를 지정할 만큼 활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정작 활을 제작하는 장인들의 사회적 처우는 과거와 비교해 많이 약화된 상황입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활 제작 장인은 왕실과 귀족 가문, 사찰로부터 주문을 받아 활을 제작하는 역할을 하며 상당한 사회적 위상을 누렸습니다. 특히 축제용 활과 의례용 활은 금속 장식과 세밀한 조각이 들어간 고급품으로 지역 공동체에서 자랑거리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현대식 레저용 활과 산업화로 대량 생산된 활이 부탄에 유입되면서 전통 활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일부 장인들은 관광 기념품용 소형 활을 만들거나 사원 축제 때만 활동하는 형태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지원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또한 현재 전국에 등록된 전통 활 제작 장인은 20명 내외이며 그중 상당수가 고령자입니다. 젊은 세대는 이 직업에 대한 경제적 매력이나 미래 가능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기술 전승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일부 NGO와 문화 단체에서는 활 제작 기술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전통공예 학교를 통해 전승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제도적 지원이나 교육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장기적인 생존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습니다.
부탄 전통 활 제작 기술 전통직업의 대표 모델
부탄의 활 제작 장인은 외형상으로는 단지 활을 만드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들이 수행하는 일의 본질은 하나의 활을 만드는 것을 넘어 기술, 신념, 공동체, 감각이 융합된 삶의 형식입니다.
이러한 속성은 바로 전통직업이 지닌 본질과 맞닿아 있습니다. 전통직업은 그저 오래된 기술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가 특정한 시간 속에서 터득한 생활 기술과 정신, 문화의 총합이자 그 시대의 환경과 삶을 반영하는 문화적 텍스트로 기능합니다.
전통 활 제작 기술은 단순히 손재주나 도구 사용 능력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그 기술은 재료의 반응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감각의 교육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것은 현대의 생산 시스템에서는 훈련할 수 없는 형태의 지식이며 오직 전통직업이라는 교육 구조 속에서만 전승될 수 있는 감각 중심의 지혜입니다.
또한 활 제작은 부탄 내에서 기능인에 머무르지 않고 의례, 교육, 예술, 스포츠, 국가 정체성까지 관통하는 문화적 직업군입니다.
이처럼 특정 기술이 다양한 문화 영역과 연결되어 있는 구조는 전통직업의 복합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단일 기능에 머무는 현대 직업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역할과 상징성을 내포합니다.
활 제작을 통한 전통 계승의 가능성과 남겨진 과제
부탄의 활 제작 기술은 단지 물리적인 제작 행위만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 손의 감각, 도구를 대하는 철학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기술이 순환되는 방식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직업의 단절은 단지 기능 상실이 아니라 전통적 삶의 방식에 대한 상징적 단절을 의미하게 됩니다.
오늘날 세계는 자동화, 디지털화, 인공지능 중심의 기술 혁신 속에서 전통직업을 점점 과거의 유산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 직업이 지니는 가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지만 깊이를 잃지 않는 기술, 효율은 낮을지라도 사람을 중심에 둔 기술, 그것이 바로 전통직업이 시대에 주는 대답입니다.
부탄의 활 제작은 재료의 물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인간의 힘과 감각에 맞춰 재배치된 균형 기술이며 장인의 시간과 노동 그리고 정체성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하나의 문화적 예술품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단지 보존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되어 현대 생활과 연결되어야 할 소중한 자산입니다.
활 제작자들이 단지 전통의 수호자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기술로 현대와 소통하며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창작자로 성장할 수 있을 때 이 직업은 진정한 의미에서 살아 있는 문화로 남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전통 직업을 되살리는 일은 특정 장인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어떤 기술과 문화를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드러내는 정책적 선택이자 철학적 태도입니다.
전통직업은 단순한 보존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과 감각 기억을 이어주는 문화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전통 직업을 통해 잊고 있던 삶의 가치를 오늘날 우리 곁에 되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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