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직업

키르기스스탄 전통 펠트 텐트 장인의 손에서 이어지는 유목의 기술

funyoung 2025. 7. 12. 15:22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내륙 깊숙한 고산지대에 자리한 국가로 수천 년간 유목민 중심의 생활양식을 유지해 온 고유의 문명권을 형성해 왔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것이 바로 유르트(Yurt)라 불리는 전통 펠트 텐트 제작 기술입니다.

유르트는 단순한 임시 거처가 아닌 계절에 따라 옮겨 다니는 유목민의 삶을 가능하게 한 이동식 주거 시스템이며 그 자체가 키르기스인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담은 문화적 상징입니다.

전통 펠트 텐트 장인의 손에서 이어지는 기술

 

이런 주거 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이동이 잦은 유목 생활과 고산 지대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가볍고 단열성이 뛰어난 건축 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펠트 텐트 제작이라는 전통 직업은 이러한 사회문화적 요구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습니다.
장인들은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양모, 나무, 가죽, 말총 등의 재료를 이용해 기후에 맞는 구조와 통기성 그리고 단열 효과를 지닌 텐트를 제작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유르트는 조립과 해체가 용이하고 견고하며 미학적으로도 뛰어난 전통 주거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키르기스스탄의 펠트 텐트 장인은 단순한 기능인이 아닌 유목민 공동체 전체의 삶을 지탱하는 기술자이자 예술가이며 구조 설계자인 동시에 재료 전문가로 존재해 왔습니다.

 

펠트 텐트 제작의 구조와 장인의 손기술

유르트는 크게 세 가지 주요 부위로 구성됩니다:
나무 뼈대(케레게, kerege)
② 천장 돔 구조(툰둑, tunduk)
③ 펠트 덮개와 외부 장식
이 각 부위를 담당하는 장인들은 서로 협업하면서도 세분화된 역할을 갖고 있으며 제작 전 과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됩니다.

먼저 나무 뼈대는 일반적으로 산벚나무, 버드나무, 자작나무 등 강도와 유연성이 뛰어난 목재로 제작됩니다.
가공된 나무는 불에 구워 휘는 각도를 조정하고 일정한 길이로 나눈 후 가죽끈이나 천연 섬유로 연결되어 원형 구조를 완성합니다.
이 과정은 간단해 보이지만 정확한 각도 계산과 균형 조절이 필수이며 뼈대 하나의 오류가 텐트 전체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합니다.

천장을 덮는 툰둑은 유르트의 가장 상징적인 구조물입니다.
먼저 원형으로 짜인 나무틀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은 지지대를 연결합니다.

이는 내부 공간의 넓이를 조절하고 공기 순환과 채광을 가능하게 합니다. 툰둑은 종종 가문의 문양이나 태양, 천체, 자연을 상징하는 전통 문양으로 장식되며 사회적으로도 집안의 정신을 나타내는 상징적 구조로 여겨집니다.

마지막으로 외부를 덮는 펠트는 양털을 물과 압력, 손의 힘만으로 뭉쳐 만드는 전통 펠트 기술을 통해 제작됩니다.
이 펠트는 방수와 방한 효과가 뛰어나 한겨울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키르기스스탄의 고산지대에서도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줍니다.

이처럼 유르트 제작은 단지 기능성만을 고려한 구조물이 아니라 자연과 기술, 공동체와 장인의 감각이 융합된 복합적 구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 직업 펠트 텐트 제작의 현재

전통 펠트 텐트 제작은 한때 키르기스스탄 전역에서 주요 생계 수단이었으나 소련 시기를 거치며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유르트를 제작하거나 사용하는 인구는 크게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콘크리트 주거지가 늘어나고 이동식 주거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유르트 장인들의 경제적 기반도 점차 약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전통 텐트 제작 기술 자체는 여전히 소수의 장인을 통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결혼식이나 축제, 국가 행사에서 유르트를 상징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관광 산업의 발달로 인해 체험형 숙박 공간으로서 유르트의 활용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유르트 제작 기술이 등재된 이후 정부와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장인 양성 교육, 전시, 문화행사 등을 통해 기술 전승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 전수의 체계화, 시장 확대, 장인의 경제적 보호 장치 등은 아직 부족한 상태이며 새로운 세대가 이 직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 직업으로서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유르트와 현대 캠핑 문화의 접점

최근 전 세계적으로 캠핑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글램핑(glamping)이나 에코 캠핑과 같은 자연 친화적이고 감성적인 야외 거주 방식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르트는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수용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유럽과 북미, 일본, 한국 등지에서는 유르트를 모티브로 한 프리미엄 캠핑 공간이 등장하고 있으며 전통 구조를 현대 자재와 결합해 방수, 환기, 보온 성능을 높인 모던 유르트가 에어비앤비나 리조트 단지에서 독립형 숙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키르기스스탄의 전통 펠트 텐트 장인들에게 새로운 생계 기반이자 창작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지 장인과 디자이너가 협업하여 현대 캠핑용 소형 유르트를 개발하거나 전통 문양과 펠트 기술을 응용한 소형 캐노피, 바닥 매트, 휴대용 바람막이 제품을 제작하는 등의 시도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유르트의 미학과 실용성을 현대적 감각과 결합한다면 펠트 텐트 제작이라는 전통 직업은 단순히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생활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문화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전통 직업이 지닌 감각의 가치와 미래 전략

키르기스스탄의 펠트 텐트 장인은 기술자이면서도 예술가이며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감각의 노동자입니다.
그들의 손길은 단지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 계절과 바람, 가족과 삶을 잇는 삶의 순환 구조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현대 사회는 기능성 중심 속도 중심으로 기술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통 직업은 그 반대편에서 느림, 정밀함, 관계 중심의 기술 철학을 보여줍니다.
유르트 제작 기술은 단지 주거 방식의 대안이 아니라 생태적 삶의 회복과 공동체적 감각 회복을 가능케 하는 잠재력을 품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전통 직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장인 교육을 체계화하고, 이를 문화 관광 콘텐츠로 응용하고, 국제적 교류와 전시를 확대하고, 일상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실용 제품군 개발과 협업 구조를 형성하는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질 때 펠트 텐트 장인의 손에서 비롯된 유르트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을 위한 공간과 내일을 위한 철학으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그 감각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전통 직업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내일의 유르트, 내일의 장인, 내일의 문화가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